전기 화물차 차고지 충전, 완속 몇 대면 될까? 대수·용량 계산법
2026년 7월 24일
1톤 전기 화물차·전기 트럭을 운영할 때 차고지에 충전기를 몇 대, 몇 kW로 놓아야 하는지 하루 주행거리부터 계산하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물류 현장에서 완속과 급속의 역할이 어떻게 갈리는지, 상용차 충전 설비를 들이기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담았습니다.

1톤 전기 화물차를 한두 대 굴리기 시작하면 곧 같은 벽에 부딪힙니다. "밖에서 급속으로 때우면 되겠지" 하다가, 대기 줄과 충전 요금, 배송 중 끊기는 시간에 지쳐 결국 차고지에 충전기를 놓는 쪽을 검토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면 완속이 맞는지 급속이 맞는지, 차가 5대면 충전기도 5대여야 하는지부터 막힙니다.
이 글은 승용 전기차 기준의 일반 가이드가 아니라, 매일 정해진 거리를 뛰고 밤에는 한자리에 세워두는 상용차를 기준으로 필요한 충전 설비를 계산하는 방법을 정리한 것입니다.
먼저 계산할 것: 하루에 몇 kWh를 채워야 하나
충전기 종류부터 고르는 것은 순서가 틀렸습니다. 시작은 하루 주행거리 ÷ 전비 = 하루 필요 충전량(kWh) 입니다.
기아 공식 제원 기준으로 봉고Ⅲ EV는 배터리 60.4kWh, 복합 전비 3.1km/kWh, 1회 충전 주행거리 217km(도심 248km·고속도로 178km)입니다. 현대 포터2 일렉트릭도 같은 급의 배터리·전비를 씁니다. 전비 3.1km/kWh를 기준으로 하루 주행거리별 필요 충전량과 7kW 완속 충전기로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루 주행거리 | 필요 충전량(약) | 7kW 완속 소요 | 야간 10시간 주차로 가능? |
|---|---|---|---|
| 60km | 20kWh | 약 3시간 | 여유 있음 |
| 100km | 32kWh | 약 5시간 | 여유 있음 |
| 150km | 48kWh | 약 7시간 30분 | 가능(겨울 여유 필요) |
| 200km | 65kWh | 10시간 이상 | 배터리 용량 초과 – 주간 보충 필요 |
여기서 바로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하루 150km 이하로 도는 차량이라면 7kW 완속 한 대로 야간에 충분히 채워집니다. 급속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출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밖에서 짧은 시간 안에 채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차고지에 세워두는 시간은 보통 8시간에서 12시간이고, 그 시간은 완속에게 넉넉합니다.
다만 겨울에는 히터와 배터리 온도 관리로 전비가 떨어지므로, 위 표의 필요 충전량에 20에서 30% 정도 여유를 두고 계획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냉동탑차처럼 적재함 냉각 장치를 쓰는 차량은 여유를 더 잡아야 합니다.

완속과 급속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역할이 다르다
법령상 구분은 단순합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의7에 따르면 최대 출력 40kW 이상이 급속충전시설, 40kW 미만이 완속충전시설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갈리는 기준은 출력이 아니라 "차가 그 자리에 얼마나 서 있느냐"입니다.
| 구분 | 주로 쓰는 출력 | 충전 시점 | 적합한 상황 | 유의점 |
|---|---|---|---|---|
| 차고지 완속 | 7kW급 | 퇴근 후–출근 전 | 매일 정해진 거리를 도는 고정 노선 | 주차면마다 배선이 필요 |
| 사업장 내 급속 | 50kW 이상 | 상·하차 대기 중 | 상·하차 시간이 길고 회전이 잦은 물류 거점 | 계약전력·공사비 부담이 큼 |
| 외부 공용 급속 | 50kW 이상 | 운송 중 | 예외 상황·장거리 보충 | 대기 시간과 요금이 변수 |
한국환경연구원의 「영업용 화물자동차를 위한 충전인프라 입지 연구」(2023)도 같은 방향을 보여줍니다. 이 연구에서 완속 충전 시점은 '퇴근 후–출근 전'에, 급속 충전 시점은 '운송 중'에 몰려 있었고, 소형 톤급은 자택·공영차고지·직장 등 차고지 충전 수요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중·대형은 고속도로 이용률이 높아 경로 중 충전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정리하면 1톤급 배송 차량은 차고지 완속이 기본, 급속은 보험입니다. 반대로 상·하차 회전이 빠른 물류 거점이라면 대기 시간에 맞춘 급속 배치가 의미를 갖습니다.
대수보다 먼저 정할 것 — 동시에 몇 대를 꽂을 것인가
차량 5대에 충전기 5대가 필요할 것 같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따지는 것은 동시 충전 대수와 그때 필요한 전기 용량입니다.
- 7kW 완속 5대를 동시에 물리면 순간 35kW가 필요합니다. 10대면 70kW입니다.
- 기존 사업장 계약전력에 이만큼의 여유가 없으면 한전 증설이 따라붙고, 증설 비용이 충전기 값보다 커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 그래서 대수를 늘리기 전에 부하 분산(순차 충전) 을 먼저 검토합니다. 앞서 계산했듯 하루 100km 차량은 5시간이면 채워집니다. 10시간 주차라면 두 대가 한 대의 충전기를 시간대를 나눠 쓸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보는 판단 순서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먼저 수전 설비(분전반)의 여유 용량을 확인하고, 그다음 주차면에서 분전반까지의 거리를 봅니다. 배선 거리가 길어지면 케이블·배관 공사비가 그대로 늘기 때문에, 충전기 값이 같아도 총 설치비는 크게 벌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차량을 후진으로 대는지 전진으로 대는지까지 봅니다. 충전구 위치와 케이블 길이가 안 맞으면 매일 불편이 쌓입니다.
차고지나 사업장 여건에 따라 필요한 용량과 공사 범위가 달라지므로, 도면과 현재 계약전력을 두고 설치 상담·견적을 문의해 보시면 조건에 맞는 구성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흔한 오해 3가지
"11kW 충전기를 놓으면 더 빨리 찬다" – 충전 속도는 충전기와 차량 탑재 충전기(OBC) 중 낮은 쪽에 맞춰집니다. 기아가 봉고Ⅲ EV의 완속 충전 시간을 7.2kW 기준(10에서 100%까지 8시간 30분)으로 표기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차량이 받지 못하는 출력을 충전기에만 얹으면 비용만 늘어납니다. 보유 차량의 OBC 사양을 먼저 확인하세요.
"급속을 깔면 완속은 필요 없다" – 급속은 상시 사용 시 배터리와 요금 양쪽에서 부담이 크고, 계약전력 요구도 훨씬 높습니다. 매일 밤 몇 시간씩 세워두는 차량에까지 급속을 쓸 이유는 거의 없습니다.
"차가 늘면 충전기도 같은 수로 늘려야 한다" – 위에서 본 대로 주차 시간이 길면 한 대의 충전기를 나눠 쓸 수 있습니다. 늘려야 하는 것은 대수가 아니라 야간 시간대에 감당할 수 있는 총 전력량인 경우가 많습니다.
차고지 충전 도입 체크리스트
- 하루 주행거리 실측 – 최근 한두 달 운행 기록으로 최대·평균 거리를 잡습니다. 최대치 기준으로 설계해야 겨울에 곤란해지지 않습니다.
- 필요 충전량 환산 – 주행거리 ÷ 전비(약 3.1km/kWh)에 겨울 여유 20에서 30%를 더합니다.
- 주차 가능 시간 확인 – 차가 실제로 세워져 있는 시간이 몇 시간인지 봅니다. 이 시간이 완속으로 가능한지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 계약전력·분전반 여유 확인 – 동시 충전 대수 × 출력이 현재 용량 안에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모자라면 증설 비용까지 함께 검토합니다.
- 주차면 배치와 배선 거리 확인 – 분전반에서 먼 자리일수록 공사비가 늘어납니다. 충전구 방향과 케이블 길이도 함께 봅니다.
- 지원 제도 확인 – 완속충전시설 설치 지원은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서 안내하며, 조건과 예산은 시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그때 기준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대를 한꺼번에 도입할 계획이라면 첫 대수를 최소로 잡고 운행 데이터를 쌓은 뒤 늘리는 편이 낭비가 적습니다. 어떤 순서로 늘릴지, 지금 용량으로 몇 대까지 감당되는지는 현장 조건에 따라 달라지니 충전기 설치 상담에서 함께 짚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자료
다른 글도 읽어보세요
NACS 충전 표준, 한국은 어떻게 될까? 미국·유럽 흐름과 차데모 충전기·AC3상 차량의 국내 현황 정리
고속도로 휴게소에 NACS 충전기가 늘면서 우리나라 표준도 바뀌는지 묻는 분이 많습니다. 미국·유럽·일본의 흐름과 한국의 현재 기준은 물론, 차데모 충전기를 커넥터로 걸러 찾는 방법과 헷갈리기 쉬운 'AC3상'의 두 가지 뜻(차량 충전 규격 vs 건물 3상 전기)까지 정리했습니다.
읽기 →전기 화물차, 짐 싣고 하루를 돌면 얼마나 갈까 — 적재·냉동기·추위가 겹칠 때의 운행 계산
전기 화물차는 짐과 냉동기, 추운 날씨가 겹치면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가 함께 줄어듭니다. 공개된 상용차·전기트럭 자료로 감소 폭을 정리하고, 하루 운행 일정 어디에 충전을 끼워 넣을지 판단 기준을 짚었습니다.
읽기 →아파트·빌라 전기차 충전기 설치,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빌라 유형별 준비 체크리스트)
빌라는 아파트와 절차가 다릅니다. 다가구·다세대 구분과 집합건물법 동의 요건, 전기를 어디서 끌어올지, 설치 전까지 충전하는 방법, 보조금과 설치 방식까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읽기 →